고인슐린·인크레틴 둔화의 악순환
"똑같이 먹는데 저 사람은 안 찌고 나는 찐다." "예전엔 조금만 신경 쓰면 빠졌는데 이제는 아무리 해도 안 빠진다." 이 말을 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. 그리고 대부분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. 몸 안에서 조건이 바뀌어 있는 거예요. 그 조건의 이름이 인슐린 저항성입니다.
🔑 인슐린은 열쇠, 저항성은 뻑뻑해진 자물쇠
먹은 것이 당으로 바뀌어 혈액에 들어오면, 인슐린이 그걸 세포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. 열쇠처럼요.
그런데 이 자물쇠가 뻑뻑해지는 일이 생깁니다. 같은 문을 열려면 열쇠를 더 많이 돌려야 해요. 그래서 췌장이 인슐린을 더 많이 내보냅니다. 혈당은 겉보기에 정상인데, 그걸 유지하느라 인슐린은 계속 높게 떠 있는 상태 — 이게 인슐린 저항성입니다.
중요한 건 겉으로 잘 안 보인다는 점이에요. 건강검진 혈당이 정상이어도 이 상태일 수 있습니다.
🚪 왜 살이 빠지지 않나 — 인슐린은 '저장' 스위치입니다
인슐린이 높게 떠 있으면 몸은 저장 모드에 머뭅니다. 들어온 것은 잘 넣고, 쌓인 것은 잘 안 꺼내요. 지방을 꺼내 쓰는 스위치가 눌려 있는 상태입니다.
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— 덜 먹어도 잘 안 빠지고, 조금 더 먹으면 바로 붙습니다. 같은 노력에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게 여기서 옵니다. 게으른 게 아니라 스위치가 반대로 걸려 있는 거예요.
🔄 그리고 인크레틴까지 둔해집니다
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에요.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인크레틴 신호에 대한 반응도 함께 약해집니다. 오래전부터 관찰돼 온 현상이에요 (Nauck et al., Diabetologia 1986).
즉 같은 양이 나와도 덜 들립니다. 몸이 "충분히 먹었다"는 신호를 보내는데 잘 전달되지 않으니, 배부름이 늦게 오고 금방 다시 당깁니다.
그래서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.
이 고리 안에 있으면 "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"가 잘 듣지 않습니다. 고리 자체를 끊어야 해요.
✂️ 고리를 끊는 법 — 인슐린이 쉬는 시간을 만든다
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. 인슐린이 낮게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. 그 시간에만 몸이 저장 모드에서 나옵니다.
⏳ 언제부터 달라지나
이 고리는 몇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 며칠로 뒤집히지 않아요. 다만 식후 혈당의 오르내림은 그날 바로 달라지고, 오후에 덜 당기는 느낌으로 먼저 옵니다. 몸 전체가 바뀌는 건 몇 달의 이야기고요. 그래서 이건 단기전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입니다.
💬 그리고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
지금까지 안 빠졌던 게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. 조건이 불리한 상태에서 싸우고 계셨던 거예요. 그 조건은 바꿀 수 있고, 바뀌면 같은 노력이 전과 다르게 듣기 시작합니다.
다만 혈당·당뇨와 관련된 수치가 걱정되신다면 그건 진료에서 확인하실 일이에요. 여기서 말씀드린 건 생활 쪽의 방향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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